
고양특례시 이동환 시장과 고양특례시의회가 추가경정예산(추경) 삭감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시장 측은 의회의 예산 삭감이 시정 운영과 민생을 위협한다고 주장한 반면, 시의회는 준비 부족과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시장의 독단적 행정을 비판했다. 이번 갈등은 고양시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난 정치적 대립이 본격화된 사례로, 향후 시정 운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3월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의회의 예산 삭감이 시민의 삶과 도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시장 관심예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수백억 원의 민생·경제 사업이 매 회기마다 무차별 삭감되고 있다”며, “시민을 외면하고 도시 발전을 가로막는 비상식적인 결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추경에서 삭감된 예산은 총 161억 원 규모로, △공립수목원 및 공립박물관 조성 △원당역세권 발전계획 △킨텍스 지원부지 활성화 △창릉천 우수저류시설 △일산호수공원 북카페 조성 등 47건의 주요 사업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일부는 3~7차례 반복적으로 삭감된 사업들로, 시장 측은 의회의 삭감이 특정 사업에 대한 조직적인 반대라고 주장했다.
특히 시장은 스마트시티 사업을 예로 들며 “정부 지원금 400억 원 중 절반이 국비로 확보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의회는 시 부담금조차 온전히 편성하지 않았다”며, “이 사업은 단순한 예산 소비가 아닌 도시에 대한 혁신적 투자”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CES 참가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된 점도 “수출 기회를 스스로 차단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복지 관련 예산 삭감도 논란의 대상이 됐다. 고양시민복지재단 설립 조례안이 부결되면서, 시장 측은 “경기도에서 동의를 받았고 시민 72%가 찬성하는 사업이지만, 의회가 ‘준비 부족’이라는 이유로 발목을 잡았다”고 지적했다. 노인회 및 예술인 창작 공간 지원 예산 삭감에 대해서도 “어르신과 예술인을 외면하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 시장의 기자회견 직후, 고양특례시의회는 즉각 반박 보도자료를 내며 시장의 주장을 강하게 부정했다. 김운남 의장은 “예산 삭감이 시장의 정치적 성과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해석”이라며, “오히려 이동환 시장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의회는 “예산이 여러 차례 삭감되었다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졸속 추진되는 사업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반복적인 삭감은 단순한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행정적 미비와 실효성 검토 부족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스마트시티 사업과 관련해 “정부가 지원한다고 해서 시 재정 부담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시민의 혈세를 들여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충분한 검토와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CES 참가 지원 예산 삭감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부분을 조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복지재단 설립 조례안 부결과 관련해 “복지재단 설립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준비 부족으로 인해 부결된 것이며, 조례안을 충분한 검토 없이 밀어붙이는 것이야말로 시민을 위한 행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시의회는 시장이 예산 삭감을 ‘민생 파괴’로 몰아가는 것이야말로 정치적 프레임이라고 반격했다. “집행부가 원하는 예산을 의회가 무조건 승인해야 한다는 것은 독선적 사고이며, 의회의 감시·견제 기능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시장이 협치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고양시 집행부와 시의회의 오랜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이동환 시장은 2022년 취임 이후 대규모 개발 사업과 행정 개혁을 추진하며 시의회와 마찰을 빚어왔다. 반면, 시의회는 시장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와 재정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아왔다.
결국 이번 갈등의 핵심은 ‘소통 단절’에 있다. 시장 측은 의회의 반복적인 예산 삭감을 정치적 견제라고 해석하는 반면, 의회 측은 시장이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향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유사한 논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이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의회가 정치적 논리에서 벗어나 남은 임기 동안 시의 발전을 위해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지만, 시의회는 “책임 떠넘기기를 멈추고 소통과 협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맞섰다.
양측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최종 피해자는 결국 시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장과 시의회가 대립이 아닌 협력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사경제신문=강석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