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해외 원조 중단으로 아프리카 등 8개 국가가 곧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고 유엔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혔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이지리아·케냐·레소토·남수단·부르키나파소·말리 등 아프리카 6개국과 아이티, 우크라이나에서 조만간 HIV 치료제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는 HIV 치료에서 지난 20년간 거둔 진전을 되돌리는 것이라며 앞으로 1천만 건 이상의 HIV 추가 발병과 300만 건의 HIV 관련 사망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과 동시에 미국의 해외 원조를 90일간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외 원조 기관인 미국국제개발처(USAID)의 프로그램 대부분이 중단됐다.
미국이 2003년부터 운영해온 '에이즈 퇴치를 위한 대통령의 긴급계획'(PEPFAR)의 경우 일부 중단 면제를 받아 제한적 운영은 가능했다. PEPFAR는 HIV 및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예방과 감염자 치료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PEPFAR 관련 조달 등을 지원하던 USAID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HIV 치료제 공급과 질병 예방 및 진단에 커다란 차질이 빚어졌다.
테워드로스 총장은 "미국이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지는 그들에게 결정권이 있다"면서도 "미국이 원조를 중단하겠다면 그것을 질서 있고 인도적인 방식으로 진행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에서 진행하는 HIV 예방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금을 큰 폭으로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보건복지부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예산 및 인력 감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런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DC에는 HIV 및 기타 감염병 예방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다. CDC가 2023년 기준 HIV, 바이러스성 간염, 결핵 예방 등을 위해 지출한 예산은 약 13억 달러(약 1조 9천억 원)로 집계된다.
이번 검토에 따라 축소 및 폐지 가능성이 있는 프로그램 중에는 HIV 예방에 도움을 주는 약물을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CDC의 HIV 예방 부서를 감축하는 데 대한 최종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