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그 기념일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동국대 WISE캠퍼스가 보여준 기념 방식은 다소 특별했다.

동국대 WISE캠퍼스는 해마다 경주 남산에서 등산대회를 열며 민주정신을 되새겨왔다. 하지만 올해는 전국을 덮친 산불 재난에 발을 멈췄다.

대신 교내와 인근 주거지인 석장동, 현곡면으로 발길을 돌렸다. 기념식을 간소하게 치른 뒤, 학생·교직원·동문 등 2,500여 명이 일제히 쓰레기봉투를 들고 거리를 나섰다. ‘플로깅’이라는 방식으로 4·19의 정신을 다시 쓴 것이다.
걷고, 줍고, 기억하는 이 행위는 그저 봉사활동의 차원을 넘어선다.

류완하 총장은 “WISE캠퍼스가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을 위해 걷는 발걸음 속에 ‘함께 사는 대학’이라는 가치를 새긴 셈이다. 이는 최근 교육부가 추진 중인 '글로컬 대학'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더불어 이번 행사에는 ‘2025 APEC 정상회의 성공 기원 퍼포먼스’까지 더해졌다. 단순한 환경 정화가 아니라, 동국대가 위치한 경주를 넘어, 국제사회와 연대하고자 하는 메시지까지 담긴 것이다.
현장에 함께한 한 학생은 “선배들의 희생을 마음에 새기고, 환경 문제의 심각성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짧은 말 속에 이 시대 청년의 감수성과 공공의식이 깃들어 있다.
우리는 종종 기념식을 의례로만 소비하곤 한다. 그러나 이처럼 삶의 현장에서 의미를 실천하는 시도는 지역 대학이 어떤 방식으로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가르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걷는 이들의 땀이 민주주의의 기억을 더 또렷하게 만든다.
지역에서 출발한 발걸음이 공동체 전체를 따뜻하게 덮는 봄바람이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