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기업회생에 대한 생각

[사례뉴스=김우찬 필진기자] 국내 대형마트 매출기준 2위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삼성물산과 영국계 유통사인 테스코의 합작법인인 '삼성테스코'로부터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인수 한지 딱 10년이 된 시점에 말이다. 빠르게 누적되어가는 적자와 대출금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기업회생 신청을 하였다. 그리고 법원은 이를 승인하였다.




기업회생 신청을 한 홈플러스(@홈플러스 홈페이지)
기업회생 신청을 한 홈플러스(@홈플러스 홈페이지)




홈플러스는 2023년 매출기준 6.9조원을 기록하면서 이마트(16.9조)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매출 기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정도의 매출 규모와 파급력이 큰 홈플러스의 위기는 자칫 '제2의 티메프 사태' 그 이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이 진행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은 다음과 같다.



첫째, 2만명의 직원과 매장 판매를 하는 협력업체 직원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대규모 유통업은 노동집약적인 구조이다. 자동화가 발전하였으나 앞단의 판매와 뒷단의 재고관리, 시설관리 등은 수많은 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 홈플러스 직원 2만명 및 두 다리가 퉁퉁 붓도록 서서 일하는 협력사 직원의 생계가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특히 홈플러스의 최초 전신인 프랑스 까르푸의 비상식적인 경영 속에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을 떠올려 본다면 더욱 아픈 현실이다.



둘째, 홈플러스에 입점 혹은 납품을 해오는 수많은 협력사가 파산의 위기에 놓일 수 있다. 기업회생이 시작되면 '협력사와의 일반 상거래 채권은 100%변제'될 수 있다. 즉 대형 유통사인 점만을 믿었던 협력사의 매출채권은 한 순간에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회생시 대금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법원에 승인을 받아야 하기에 대금을 받는 시점도 지연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러한 분위기 속에 LG전자는 홈플러스 대상으로 추가적인 제품 입고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또한 홈플러스를 주요 매출처로 유지해 온 중소 협력사의 경우에는 납품 자체를 못하게 될 수 있기에 파산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홈플러스의 경영 실패가 금융 시장 위축으로 번질 수 있다. 홈플러스의 채무 조정 대상 규모는 2조원이 넘는다. 금융권에서는 기업회생 돌입과 동시에 금융채권이 상환 유예되면서 대출금 회수가 한동안 어렵게 되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홈플러스 경영진의 기업회생 자구책이 미흡해서 기업 청산으로 결정날 경우에는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금융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홈플러스는 왜 무너졌을까?





바둑 용어로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이 있다. 대마는 절대 죽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덩치만 클 뿐 시장변화 대응에 부족한 존재는 한순간에 사라져 버릴 수 있다. 그 거대한 공룡이 급속한 기후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순신각에 멸종되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홈플러스가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1) 부실한 재무구조로 시작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는 빈곤한 경영이 예정되어 있었다. 2015년 인수 당시 인수자금 7.2조원 중에서 70%에 해당하는 5조원을 홈플러스 통해서 대출을 받았다. 처음부터 은행돈으로 시작한 사업이기에 항상 원금 상환과 이자 납부의 부담을 안고 시작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대응할 미래 먹거리를 준비할 여력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사모펀드 특성상 고객 관점의 접근을 통한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중장기적인 전략이 아니라 단기적 매출 실적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결국 사작부터 꼬인 실타래는 더욱 엉켜가면서 지금의 기업회생까지 오게 되었다.



2)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미흡



온라인 시장의 빠른 성장세는 유통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2017년 온라인 시장 침투율은 20%초반이었으나, 작년 기준 온라인 시장은 전체 소비시장의 50%를 넘어섰다. 더군다나 온라인 소비의 약 75%가 모바일 쇼핑이라는 점을 감안시 소비자는 언제든 쉽고 빠르게 쇼핑을 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변화에 대해서 홈플러스의 대응은 미흡했다. 더군다나 코로나 사태 시점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에 대한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서 홈플러스의 매출은 물론 영업이익은 가파른 하향세를 보였다.




홈플러스 영업이익 추이(@유통쟁이)
홈플러스 영업이익 추이(@유통쟁이)




영업이익이 악화되자 홈플러스에 대한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이는 자연스럽게 대출금 상환 및 이자부담이 가중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자 MBK파트너스는 기업회생이라는 카드를 내밀면서, 그 책임에서 한발 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 경영진의 부족한 주인의식



홈플러스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경영진의 부족한 주인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애초부터 인수시점 남의 돈으로 사업을 무리하게 시작한 것부터가 문제이다. 그리고 시장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타이밍을 놓친 체 위기의식을 깨닫고 뒤늦게나마 메가점포를 내세우며 리뉴얼을 단행한다. 하지만 타이밍을 놓친 변화의 실효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도리어 막대한 리뉴얼 비용은 재무구조의 건정성을 악화시킬 뿐이었다.



그리고 기업회생을 신청한 의중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사전에 별다른 자구책 없이 재무건전성 악화로 신용등급 하락하자 발빠르게 기업회생 신청을 통해서 경영진의 책임을 전가시키는 형국이다. 티메프 사태에 이어서 홈플러스와 같이 경영진의 과오는 직원과 협력사 그리고 고객에게 짐이 되어서 돌아오고 있다.





홈플러스는 빠른 시간내로 기업회생의 위기를 이겨내야 한다. 한 기업의 생존이 아니라 여기에 매달린 직원 2만명과 협력사 직원의 생계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들이 책임지고 있는 가족들을 감안하면 경제 전반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영진의 굳은 의지와 자구책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 홈플러스는 프랑스 유통사인 까르푸에서 시작해서 이랜드에 이어서 삼성태스코로 계속해서 주인이 바뀌어 왔다. 대형마트는 판매자와 소비자가 제품을 놓고 현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단순히 경영을 하다가 잘 안되면 다른 사람에게 무책임하게 넘기는 물건이 아니다. 생명체이기에 그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둘째, 기업회생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실체있는 자구책을 내놓아야 한다. MBK파트너스는 금융기간의 대출금 상환은 홈플러스 소유의 보유 부동산이 4조원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부동산 매각은 곧 운영중인 매점을 폐점하거나 혹은 운영을 유지하더라도 임대 방식을 취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매각을 하기에는 현재의 위축된 시장 상황에서 쉽지 않기에 알짜배기 부동산만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장기적인 실적 개선을 통한 경영 안전화는 꾀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MBK가 주인의식을 갖고 MBK가 보유한 자산 등을 통해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공룡은 사라졌지만 바퀴벌레는 지금도 살아남아서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온라인 시장이 전체 소비시장의 절반을 넘은 상황에서 단순히 저가 경쟁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적극적인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함으로서 체질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미국 시장에서 월마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너지를 통하여 고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형 할인점 테스코는 소비 양극화 속에서 인기 물량 중심 재편과 PB제품 강화를 통해 효율화를 높여가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장단기적인 매장 운영 방안이 수립되어야 한다.



홈플러스의 조속한 시일내의 정상화 및 재도약을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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